하루 중 가장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은 우리 집 베란다에서 믹서커피 마시며 책을 보는 시간이다. 좁은 공간 안에 주인의 부름을 기다리는 빨간 자전거가 있고, 삼각 빨래건조대에는 양말과 속옷들이 너부러지게 걸려있고, 캠핑용 안락의자 하나가 창가에 자리 잡고 있다.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고급 주택의 잘 가꾸어진 정원이 부럽지 않은 천연의 정원이 있다. 팔공산에서 발원한 맑은 물은 팔거천을 따라 금호강으로 흐르고 하천을 따라 말끔히 정리된 산책길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득하다. 소리 없이 지나는 지상철도 삶의 숨가쁨을 쉬어가려는듯 매천역으로 천천히 미끄러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운동 나가는 7시까지 이 멋진 베란다에서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본다. 찌그덕거리는 캠핑용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한 줄의 책을 읽는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