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로 길섶에 이제 막 코스모스가 피어나고 길 언덕 아담히 자리 잡은 시골 교회는 사람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하루 전에 추석을 보낸 10월의 하늘은 천고마비의 풍성함으로 황금빛 들녘을 빗어낸다. 조그만 마을 교회는 새 출발을 축복하는 동네 사람들로 가득하다. 빡빡머리 신랑은 결혼 특별휴가를 받은 상병 계급장의 스물 네 살 군인이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신부는 수줍은 많은 스무 살 아가씨다. 1971년 벌써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20살의 아가씨는 4명의 자식과 9명의 손자를 둔 할머니가 되었다. 큰 사위는 의사이고, 둘째 사위는 은행원이고, 셋째 사위는 공항 기술자이고 막내 아들은 안경점을 운영하고 있느니 자식 농사도 이만하면 잘 지었다. 추석 차례를 마치고 밥상 주변으로 온 식구가 둘려 앉는다. 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