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록

도리사의 하룻밤

쌍둥이가족 2022. 6. 19. 19:56

대구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해동불교최초가람도리사'에서

하룻밤을 차박으로 보내고 싶어 떠났다.

냉산 중턱에 자리잡은 도리사는 묵호자로 알려진

아도화상이 선산의 모례장자의 집에 머물다

도계에서 오색의 복사꽃이 눈 속에서 피어남을 보고

그자리에 절을 창건하였하니 이가 곧 해동최초가람 도리사 이다.

일주문에서 4.3키로 정도 지나면 이곳 도리사에 도착한다. 산오름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매우 가파른 오름길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운전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서대 전망대 쪽은 잘 다듬어진 데크길을 걷게된다. 솔숲으로 우거진 길을 걷다보면 솔향이 코끝은 청아하게 한다. 곧게 뻗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숲을 이루니 맑아지는 정신이 마음을 가볍게 한다. 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살갗을 스치면 내 몸은 어느새 숲속 깊숙히 와있다.

 

누가 이곳에 아도화상을 모시고 정성을 드리고 있을까? 한잎의 동전에도 소망을 담았으니 염주에 담은 염원이 이루어 질 것이리다.

 

솔숲에 놓여진 나무 벤치들은 쉬어가는 중생들의 쉼터로 만들어 놓았다.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내려다 보이는 시선의 저멀리에서 평온함이 전해 온다. 이렇게 넓은 명상의 쉽터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평화로움의 안식처이다.

 

설선당 지붕을 내려다 보고있는 장솔은 마치 장닭이 지키고 있는 듯 하다. 소나무의 모습이 참으로 특이하기도 하지만 도리사의 위엄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여 세월의 풍상을 견뎌 온 소나무의 유려함에 감탄하게 된다.
도리사의 상좌 적멸보궁 앞이다. 천진동자불이 반갑게 맞이하고 있지만 무턱데도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스님들의 사리가 보관되어 있는 사리탑이 있는 이곳에 오르려면 오른쪽 안내판을 꼭 읽어보고 올라야 한다. '거룩한 부처님께 귀위합니다','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를 세번 소리내어 외치고 올라야 한다. 그만큼 이곳은 경건마음 가짐으로 올라가야 하는 곳이다. 적멸보궁 끝 계단에서 내려다 보면 멀리 펼쳐지는 산아래 경관이 일품이다. 특히 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붉에 오르는 일출이 너무도 아름답다.

극락전 마당에 듬직히 자리잡은 3층석탑은 여타의 석탑과 달리 기단이 세워져 있으면서 아랫부분이 넓게 자리잡고 있어서

안전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기단의 세워진 석물로 인하여 1층 까지의 공간이 크게 보여서 탑안에 무엇인가가 들어있지 않은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난다. 극락전과 마주 보는 탑의 자태가 지난 세월동안 수많은 기원들을 품어 안고 있는 듯 하다.

  

대목장의 기술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것이다. 마음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심의 진실공덕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정교하고 화려한 예술품을 탄생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르고 깍아내고 조각들이 한치의 오차도 없는 맞춤의 정교함에 화려한 춤을 추고 있음이 놀랍기만 하다. 색바랜 단청이 세월의 기억을 되살리게 하지만 숨길 수 없는 것은 화려함 뒤에 감춰진 엄숙함이다. 뒤는 냉산의 기품이요 앞은 해평의 벌판이라, 3층 석탑과 짝을 이루니 여기가 해동불교의 초기 진지임에 위엄이 지상일등이다.

 

스님들이 수행하는 '태조선원'이다. 그 옛날 이곳에서 도인이 많아 나 영남의 3대선원 중 [제일도리]라는 별칭으로 유병하였다 하니 자리한 기품이 가히 짐작함에 부족함이 없다. 야근 길재 선생이 이곳에서 스님들께 글을 배웠으니 그 명성이 어찌 할지 알만하다.

 

어느 정성들이 단풍나무에 이렇게 알록달록 달렸는가. 가을이 저 멀리 임에도 나무는 단풍의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지성을 담았으니 극락전의 신령이 그 마음을 받아들었으리라.

 

도리사의 주지(?)이다. 사람의 눈 맞춤을 거부하지 않는다. 지난해 새벽에 절멸보궁 계단에서 만났던 인연이 오늘에 이르니 그 반가움이 특별하다. 카메라의 의미를 아는지 최고의 편안함으로 추억을 담는다.
마음을 다듬어 한 계단  번뇌를 놓으며 한 계단 상념의 덜어내며 또 한계단, 어둠이 내리고 빛이 발하는 그 곳 범종각에 오른다. 혼잡한 마음에 천년의 미소가 찾아 드니 세상사 부질없음에 헛 웃음이 머문다. 내 속에 가지려 했던 삶의 크기가 욕심의 부피였음은 진작에 알았으나 버리지 못하는 미련을 어찌 할 수 없었다. 가진 것은 보이지 않고 없는 것만 보였으니 욕망에 찌든 생의 무게는 감수 할 수 있다 생각했다. 찌그러진 얼굴에도 미소를 머금으니 내 속에 품어있는 시기와 불평이 처량하게 다가온다. 채우려면 버려야 한다는 이치를 수백번 되뇌여도 세상길을 걸으매 마음뿐이다.

 

숲길에 어둠이 내리고 인공의 빛이 어둠을 밀어낸다. 불어오는 솔바람이 살갓을 스친다. 상큼한 솔향이 긴 숨을 타고 패속 깊숙히 자리한다. 정신이 맑아지는 걸음이 가볍다. 빛을 따라온 나비가 길을 이끌고 가는(細)바람이 걸음을 밀어낸다. 왜인지 모른다. 그냥 마음이 편온해 지고 생각이 단순해 진다. 이시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 뿐 복잡하던 세상시름 어디론가 사라졌다. 산세의 기운인가. 바람의 청량인가. 만물의 영장이라 한들 한낱 동물의 한 종인것을 자연의 품에 안기고서야 새삼 알게 된다.
나도 인간이다. 먹어야 살지. 차안에서 먹는 간단한 저녁식사(소고기 국밥)와 맥주 한 캔이 이렇게 행복한 줄 왜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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