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에 사무실 책상앞에 앉아있다.
오늘은 시간에 쫏기는 하루를 보내야 할것 같다.
아침부터 오후5시까지는 교육이고, 6시까지 고향친구 모임이 밀양에서
있기때문이다.
아마 다른 친구들과 시간을 맞추려면 교육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나가야 할 것 같다.
어제는 대구에 거주하는 고향(面)사람들의 모임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정다운 사람도 만나고 알지못했던 사람들도 만나면서 고향의 푸근함에 마음편한 시간을
즐겼다.
잊고있었던 세월을 되집어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참 오래된것 같다.
1978년 중학교3학년의 마지막 겨울이였다.
힘겹게 세상과 맞서가는 우리 형제들에게 참아내기 힘든 고통이 찿아왔다.
6년 터울의 형이 있었다.
남자지만 참 곱고 착하고 성실한 형이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믿음직한 형이였다.
부모없는 고아들의 형제속에서 가난과 혈투를 벌이면서, 동생의 뒷바라지를 위해서
군대를 면제받을 수 있는 직장을 찿기위해 포항으로 안강으로 직장을 찿았보았고, 결국
금성사라는 곳으로 직장을 잡았던 형이였다.
오직 큰형의 어깨짐을 덜어주고 동생의 공부를 위해서 자신의 역할을 찿아 헤메이던
정많고 책임감 많은 형이였다.
그러한 우리 형에게
죽음이라는 그림자는 멀리 있지 않았다.
가난이라는 멍애를 짊어졌기에 좋은것 먹지 못하고, 배고픔을 참아야 했던 그 시절
어느날
급성간염이라는 병마는 죽음의 그림자를 몰고서 우리 형을 휘감았다.
고아형제들의 큰 형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형의 별고소식을 전하려고 눌인에서 누나가 살고 있는 죽장까지, 겨울바람을 부딪쳐가면서
30리길을 자전거로 꼭두방제를 넘가갈때는 어떻게 그 높은 고개를 넘었는지 기억이 없다.
누나집에 도착할때는 아침식사 중 이였다.
예고없이 한겨울 아침에 들어닥친 친정막내동생의 느닷없는 방문에 누나는 너무도 놀랐고,
무슨일이냐고?
물어보는 어른들의 물음에 가슴을 가득메우고 있는 슬픔의 감정들이
말이 나오지 않게 하고 있었다.
누차 다급히 물어오는 누나의 다그침에 "은수형이 죽었다"는 부고를 전하는 내 자신의
목소리는 한없이 떨고 있었다.
믿기지 않은 내 말에 누나와 매형은 나를 다시금 다그쳤다.
내 말을 확인하고 누나는 대성통곡을 했다.
누나의 통곡소리는 작은 시골마을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아침을 한순간에 뒤흔들어 놓았다.
가까이 있던 누나의 큰집 식구들이 달려왔다.
도데체 무슨 일이냐고?
사돈지간이지만 어느집 보다 친근감있게 지내온 사돈이라 우리 가족의 사정을 너무도
잘 알고있었고, 형의 별고 소식에 사형들이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이글을 쓰면서 자꾸만 눈앞이 흐려온다.
가슴속 숨겨 놓았던 감정의 샘물들이 이슬을 맺혀 내고 있기때문이다.
누나와매형은 바로 대구로 떠나고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나는
집에 일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형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형은 한줌의 재가 되어서 세상의 넓디넓은 곳으로 이성에서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루기
위해 훨훨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형의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큰형의 모습은 정말 사람의 모습이 아니였다.
나의 손을 잡고 그칠 줄 모르는 눈물을 솟아내는 30살의 가난한 가장의 모습은 절망에 몸무림
치는 지친삶의 표현이였다.
큰 형은 시골의 모든것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보잘것 없는 가산을 정리해서 부채를 청산하니 97만원의 현금을 들고 6식구는 대구로 왔다.
비산동의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고 아주작은 구멍가게를 하면서 도시 생활을 시작했었다.
그 후로 형은 나의 꿈속으로 참 많이도 찿아왔다.
사랑을 받아보지 못하고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동생의 철없는 인생이 늘 걱정이였던가 보다.
몇년전 까지도 내가 정신적으로 힘이들면 가끔씩 나타나곤 했었다.
우리 가족에게는 이러한 아픔의 시간이 있었다.
이번 모임에서 그런한 형을 기억해 주는 형의 친구를 만났었다는 것이 참 행복했었다.
"은수" 라는 23살의 한젊은 청춘이 이 세상에 남겨놓은 기억들을 잊지 않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형을 그리는 동생의 마음이 흐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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