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산에 울려 퍼진 ‘하늘바라기’의 첫사랑*
산악회장 정종수 안드레아
2011년9월26일, 높푸른 하늘바다에 간간히 떠다니는 옅은 구름의 여유로움이 길 떠나는 나그네의 가슴에 가을의
풍요함을 가득 품어주고 있었다.
하느님의 사랑과 기쁨의 은혜를 자연 속에서 체험하고, 영육간의 건강함으로
주님사랑을 이웃에게 나누려는 구암성당 산악회가 첫 산행을 떠난다.
아침8시부터 모여들기 시작한 형제자매들의 모습에서 오늘 하루의 행복함이
비쳐지고 있었다.
갖가지 색상의 등산복과 배낭으로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표출하는 첫 인상들이 평소에 내가 보았던 평범함은 아니었다.
8시30분, 주임신부님과 보좌신부님 그리고 원장 수녀님을 포함한 서른여덟명을 태운 버스는 성당을 출발했다.
오늘의 산행이 주님의 사랑 속에서 기쁨과 감사가 충만하게 하시고, 산행 가운데 만나는 이웃들에게도 우리의 따뜻함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게 할 수 있도록 청원하면서 시작기도와 묵주기도로 오늘의 일정을 시작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9월의 막바지는 황금색과 짙은 녹색으로 치장하고 여행객의 시선 속에서 마냥 행복해 하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달려온 버스는 동해의 넓은 가슴을 오른쪽에서 품게 하더니, 어느새 정면으로 내연산의 포근함이 우리를
이끌고 있었다.
11시10분, 드디어 내연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오늘의 산행은 문수암과 문수봉을 지나서 삼지봉을 돌아 내려올 계획이다.
일행은 보경사를 지나 문수암 갈림길 까지는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소리와 함께 내연산의 향취에 마음껏 취하고 있었다.
문수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급경사가 시작되면서 자신감 넘치던 얼굴이 조금씩 상기되기 시작하면서 산행의 진미(?)를 서서히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산중턱에 올랐을 때 쯤 앞서간 일행에서 “와~” 하는 탄성이 들려온다.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으며 백숨을 몰아쉬니 왼쪽 산 아래 멀리보이는 쌍폭의 아름다움이 등산객의 힘겨움을 한순간에
잊게 한다.
하나, 둘, 셋...
드디어 문수암 입구이다.
시간은 어느새 12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문수암 바로아래 서른여덟명을 품을 수 있는 그늘진 공간을 발견하고 우리는 이곳에서 미사를 드리기로 하였다.
흐르는 땀을 잠시 식혀내고 지금까지의 시간을 허락해 주님께 감사를 드리면서 미사를 준비하였다.
깊은 산 속에서 잔잔히 울려 퍼지는 서른여덟의 합창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감동의 전율을 전해 왔다.
성가, 독서, 복음말씀.....
순간 이 땅에 천주교를 있게 하신 신앙선조들의 숭고하신 삶의 형체들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 뜨거운 체온이 가슴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온갖 박해를 이겨내기 위해 깊은 산속에서 믿음의 신념을 실천했던 그분들의 삶이 상상할 수 없이 처절 했지만,
하느님의 사랑 속에서 기쁨과 행복을 가득 담고 있었을 그들의 순수함이 주님의 나라에서 오늘의 우리를 보고 있는 듯 했다.
오늘 이 산속에서 성체성가를 부르면서 주님의 성체를 모시는 우리는 축복받은 사람들임에 틀림이 없었다.
참석한 모두의 얼굴들이 성당에서 보았던 평소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더 경건하고, 더 엄숙하고, 더 감사하고, 더 기뻐하는 모습들이였다.
미사를 마치고 모두가 모여 앉아 점심을 먹으면서, 오늘 미사에 대한 소감들을 간간히 나누고 있었는데,
성당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불편한 자세로 미사를 드렸지만, 마음속에 전해오는 감동은 몇 배의 크기였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었다.
각자가 정성껏 준비해온 음식을 모아놓고 함께 먹는 즐거움은 최고의 만찬이었다.
곁들인 소주한잔의 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으니....
오늘은 서른여덟명의 감동 이였지만 우리 구암공동체 가족 모두가 이 감동을 함께 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산행을 마치니
시간을 어느새 오후 5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시원한 맥주와 동동주로 무사하산의 기쁨을 함께하고, 내연산 출발 2시간 뒤에 구암성당에 무사히 도착했다.
신부님께서는 “오늘의 하늘바라기 첫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고, 모두의
협조덕분에 행복한 산행이 되었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하시면서 마침기도와 신부님의 강복으로 첫 산행의 모든 일정을 마쳤다. 성당을 나서면서 되돌아본 종탑의 십자가가 오늘따라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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