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계약 만연…모집 윤리 추락 |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생명보험사들에게 과도한 설계사 수당 선지급 방식으로 과당경쟁을 벌이지 말 것과 해약시 수당 환급을 제대로 할 것을 권고했다. 생명보험사들의 2008회계연도 상반기의 선지급 수당 전체 규모는 수당 총액의 35.2%로 액수로는 약 1조 7632억원이나 된다. 금감원이 이러한 권고를 하게 된 것은 생보사 일부 설계사들의 불법행태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설계사들은 보험사와 감독 당국의 영업 관리에 잘 따르고 있지만 일부 설계사들은 ▲대납 ▲자계약(작성계약) ▲고객정보만을 이용한 가공(가짜)계약 ▲고객과 수수료 분할 ▲가입자 소개료(리베이트) 지급 등 각종 편법과 탈법 행태를 보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모은 거액의 돈은 결국 이른바 ‘먹튀’ 설계사에게는 무이자 대출로 인식되는 등 병폐가 컸다. 설계사들이 선지급수당을 받고 계약 유지와 상관없이 잠적하는 경우 회사로서는 이를 추적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지점에 남아 있는 이들에게 2차적인 피해가 간다는 점. 지난해 한 생보사에서 자진 해촉된 전직 설계사 김 모 씨는 “이러한 문제는 일부의 문제인 것은 맞지만, 이들이 취하는 수당의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2차적인 피해를 지점에서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적인 사업가형 지점장제를 채택한 생보사 지점에서는 제 수당의 관리가 지점장을 정점으로 팀장에게 분배되고, 다시 이것이 말단 설계사들로 내려온다. 그런데 ‘먹튀’ 설계사가 말단에서 ‘일’을 저지르면 회사는 최종적으로 지점장에게 이 책임을 묻는다. 문제는 대부분의 지점장들이 이렇게 발생한 환수의 책임을 불명확하게 분배한다는 것. 환수동의서도 받았고, 보증보험에도 가입을 했지만 정작 이 책임을 지점장에게 지우는 것도 문제고, 이를 받은 지점장은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팀장이나 설계사들에게 이차적으로 떠넘기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회사들은 “사정은 파악해 보겠지만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러한 수당 체계 도입으로 지점장이나 팀장 등 관리자급의 설계사들의 모집 윤리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D생보사 소속 설계사로 활동하다 얼마 전 퇴직했다는 박 모 씨는 “지점장들이 팀장이나 설계사들에게 목표액 채우라며 카드 계약을 강제하는 사례는 거의 모든 지점에서 다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렇게 들어간 계약은 지점장의 수당을 만드는 데는 유리하지만, 카드를 내놓은 팀장이나 설계사에게는 불리하다. 이런 계약은 유지되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인데, 환수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지점장은 팀장에게, 팀장은 각 설계사에게 이러한 일을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박 씨는 “이른 바 ‘먹튀’ 설계사 문제도 따지고 보면 이런 식으로 코너에 몰린 설계사들이 자구책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생긴 불법행태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상급 관리자’에게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언젠가는 복수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긴다”며 “그러나 그런 식의 복수는 결국 엉뚱하게 고생했던 동료들에게 짐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가 이렇게까지 불거지다 보니 최근에는 생명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당체계가 도입되기도 했다. 한 생명보험사의 경우는 대졸 설계사 채널을 확충하면서 이연수당제를 채택하기도 했다. 이연수당은 선지급수당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선지급수당은 계약 다음달에 미리 정해진 수당율에 따라 많은 수당을 주고, 나머지 수당을 다음 회차부터 나눠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연수당은 수당율에 따라 수당을 주는 것은 동일하지만, 나머지 수당은 적립돼 일종의 퇴직금 형식으로 지급된다. 이 때 계약의 유지와 해지에 따라 수당이 환수되기도 하고 더 나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수당률도 선지급수당보다 높지 않은 수준으로 정한다는 것이 이를 채택했거나 채택할 예정인 회사들의 설명이지만, 마음 먹고 먹튀를 하겠다는 이들을 과연 막을 수 있겠느냐는 비판도 이미 나오고 있다. K사 소속의 한 설계사는 “만약 그런 식의 수당 체계를 채택했다면 그것은 결국 분급제로 돌아가기 위한 ‘다리’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조강희 기자 insate@g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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