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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나가라니…" 직장서 밀려나는 40대들

쌍둥이가족 2012. 9. 14. 10:17

 

[40대 취업자 석 달째 감소… 본격 고용악화 신호인가]
금융위기 때도 1년간 감소… GS칼텍스·KCC·한국지엠
잇따라 수백명씩 구조조정, 금융권도 대대적 감원 예고
40대는 재취업 쉽지 않아…구직활동 없이 쉬는 인구도 1년 전보다 2만명 늘어

중견기업 차장으로 일하던 김지성(43·가명)씨는 최근 회사에 사표를 냈다. 입사 후 15년간 주로 회계 업무만 해 오던 그는 얼마 전 갑자기 건물 관리 부서로 발령이 났다. 다른 동료 5명도 전혀 해보지 않은 한직(閑職)으로 쫓겨났다. 사실상 정리해고 수순이다. 큰 충격을 받은 김씨는 마음을 다잡고 새 업무에 적응해 보려 노력했지만, 결국 버티지 못했다. 그는 "회사가 이제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데 더 이상 붙어 있어 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일단은 8개월간 지급되는 실업급여로 버티다가 새 직장을 얻는 데 실패하면 대출을 얻어 식당을 열 계획이다.

 
중견인력 채용 박람회… 1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2 베이비부머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접수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이번 박람회에는 삼성·현대기아차·SK·LG 등 대기업과 협력업체, 중소기업 등이 참가했고, 총 1000여명의 중견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우리 사회의 주축이었던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세대들이 경기 침체의 여파로 직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통계청은 12일 "8월 취업자가 1년 전보다 36만4000명 늘어나면서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40대 취업자는 7000명 줄어 석 달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 486세대 취업자, 금융위기 이후 첫 감소

8월 연령별 취업자 증감을 보면 30대와 50대, 60대 이상 등 모든 세대가 1년 전보다 취업자가 증가했지만, 20대(-9만8000명)와 40대만 감소했다. 20대의 취업 감소가 이미 추세로 굳어진 사회문제라면, 40대의 취업 감소는 새로운 현상이다.

기존에 50대에 집중됐던 기업 구조조정이 40대로 내려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50대 간부급을 위주로 이뤄졌던 구조조정의 대상이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40대까지로 확대되고 있는 징후"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의 여파가 한창 일할 연령대에도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8월 자영업자가 12만명 늘어난 것을 보면 자영업자 폐업보다는 기업 구조조정이 40대 취업자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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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가 주된 구조조정 대상이긴 하지만, 50대의 경우는 뒤늦게 맞벌이에 나서는 주부가 많은데다 자영업 창업을 하는 은퇴자도 늘고 있어 전체 고용은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40대의 취업자 감소는 경제위기 때나 나타나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연령별 취업자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40대 취업자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2010년 2월까지가 유일했다. 이후 계속 증가세를 나타내다가 올해 6월 이후 다시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준협 위원은 "좀 더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경기 침체가 본격적으로 고용 지표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 40대 취업자 감소는 본격적인 고용 지표 하락의 신호탄일 수 있어

최근 기업들은 불황을 견디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하반기 들어 GS칼텍스·KCC·한국지엠·르노삼성 등이 희망퇴직 등 형식으로 각각 수백명 수준의 감원을 실시했다. 주로 인건비가 높은 40대 이상을 잘라냈다. 은행·증권 등 금융권에서도 대대적인 희망퇴직이 예고되고 있어 40대 일자리는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40대는 일단 퇴직하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8월에 실업자로 잡히지는 않지만 구직 활동 없이 그냥 쉰 40대 인구는 23만4000명을 기록, 1년 전보다 2만명 늘었다. 이 숫자가 늘어난 연령대는 30대(3000명 증가)와 40대뿐이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40세가 넘어 현 직장에서 물러나면 새로 일을 시작하기 힘들어 일단 그냥 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40대 취업자 감소는 본격적인 고용 지표 하락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8월의 다른 지표를 봐도 취업을 아예 포기한 구직 단념자가 1년 전에 비해 1만5000명, 취업 준비자가 9000명 늘어, 각각 지난해 7월과 2010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부 고용 지표들이 전반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